[지난 한 주 미국 증시]
시장 흐름이 AI주에서 경기순환주로 이동하는 ‘순환매매’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3대 지수는 주간 단위로 다우 지수만 빼고 모두 내렸습니다. 다우는 지난 일주일 동안 1% 상승했으나 S&P500은 0.6%, 나스닥은 1.6% 각각 하락했습니다.
오라클 이어 브로드컴까지... ‘AI 버블론’ 재점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했던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며 꺼져가던 AI 버블론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오라클은 10일(현지시각) 올 9~11월 매출이 1년 전보다 14% 증가한 160억6000만달러(약 23조73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이 2.26달러라고 밝혔는데요.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이 시장 예상치(162억1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한 AI 사업 부문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68% 증가한 데 그쳐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은 인프라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는데요. 데이터센터 지출을 나타내는 자본 지출이 지난 분기보다 35억달러 증가한 120억달러에 달했죠.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37억달러 많은 수준입니다. 이에 오라클 주가는 크게 내렸습니다. 지난 9월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3개월 만에 ‘도돌이표’ 주가가 된 것이죠.
이런 가운데 11일엔 블룸버그가 오픈AI가 사용할 오라클의 미 텍사스 데이터센터 완공이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됐다고 보도하자 주가는 더욱 하락했는데요. 오라클의 AI 인프라 투자금이 예상보다 많은데 완공 일정까지 늦어지며 투자금 회수가 지체될 것을 투자자들이 우려한 영향입니다.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자 오라클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부지에서도 지연은 없고,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지만 주가 회복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
브로드컴도 마찬가지인데요. 브로드컴은 11일(현지시각) 9~11월 매출이 1년 전보다 28% 증가한 180억2000만달러(26조6200억원), 순이익이 1년 전보다 97% 증가한 4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이었죠.
하지만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 때부터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우선 브로드컴은 향후 18개월 동안의 AI 수주 잔액이 730억 달러라고 밝혔는데요. 이게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경쟁사인 엔비디아는 내년 말까지 AI 칩 주문이 5000억 달러라고 했었는데요. 이런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살짝 넘는데, 브로드컴은 2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주가수익비율(P/E)로 따지면 엔비디아는 24배 수준이고, 브로드컴은 33배에 달합니다. 혹 탄 CEO는 730억 달러는 "최소" 수치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요. 골드만삭스는 "탄 CEO는 향후 6분기 동안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액이 730억 달러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최소치'로 제시되었음에도 높은 기대를 가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두번째는 마진 우려입니다. 맞춤형 AI 칩(XPU)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매출총마진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입니다. 탄 CEO는 AI 사업 부문의 마진이 다른 사업 부문보다 낮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제품 구성 변화로 인해 매출총이익률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었는데, 이는 타당한 우려 사항이다. 하지만 영업 비용을 관리해 마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세 번째, 탄 CEO가 일부에서 기대하던 알파벳 TPU 판매처가 메타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 엔비디아 GPU를 위협할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탄은 모든 주요 고객이 TPU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일부 고객은 수년에 걸쳐 자체 맞춤형 AI 칩을 개발해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 미국 증시]
그간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AI 산업이 생산성 혁신을 일으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일으켰죠. 오픈AI를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막대한 빚을 지며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브로드컴이 AI 마진 문제를 걱정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막대한 부채 위에 지어진 데이터센터와 AI 칩, 유틸리티가 제값을 하는지 다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죠.
이번주 기술주 투심을 되살릴 만한 뚜렷한 호재는 예정돼 있지 않습니다. 챗GPT 등장 이후 으레 그래왔듯이 AI 낙관론을 토대로 한 저가 매수세를 바라는 정도죠. 그나마 기술주에서 전통 산업주로 순환매가 지속된다면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유지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덤캐피털마켓츠의 제이 우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기술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고 투자자들은 시장에 큰 상승 동력을 주지는 않지만 방어적 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방어적 업종들은 기술주가 다시 방향을 잡고 시장을 끌어올릴 때까지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주 잇달아 나오는 핵심 경제지표는 증시의 방향을 설정하는 또 다른 재료가 될 수 있는데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발표 일정이 꼬이면서 미국 비농업 고용 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가 이번 주 한꺼번에 나오게 됐죠.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1월 비농업 고용은 4만 명 증가에 그쳤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셧다운 해제 이후 처음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에서 기록한 11만9천명 증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죠.
게다가 지표 공백 기간에 투자자들이 참고했던 대체 지표들은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체계적인 과대 집계" 때문에 최근 몇 달간 고용은 실제론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고용 지표가 대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인플레이션 불안감도 갈수록 되살아나는 흐름입니다. 지난주 FOMC 회의 이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의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반영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인데요. 연준이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으로 단기물 금리를 누르는 만큼 중장기물 금리는 풍선효과처럼 튀어 오르는 추세입니다.
팩트셋 기준으로 1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연율 3%를 꾸준히 웃도는 가운데 3% 중반까지 올라서는 흐름이 확인되면 연준의 정책 전환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습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가 예상 시나리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증시는 조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닝시즌도 주목해야 합니다. 17일 마이크론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스티펠은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가이던스에서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8일에는 나이키와 페덱스, 카맥스 등 경제 상황을 증언할 기업들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오는 19일에는 일본은행이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되어 온 일이긴 하지만, 향후 추가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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