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특수성은 실질소득에 있다. 1분기 실질 GDP는 전년동기대비 3.8% 성장했다. 그러나 실질 국민총소득은 13.2% 증가했다. 명목 GDP도 17.1% 늘었다. 생산보다 소득이 훨씬 빠르게 개선된 것이다. 한국 경제는 단순히 더 많이 만든 것이 아니라,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섰다.
핵심은 교역조건이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더한 개념이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면 생산량이 같아도 구매력은 커진다. 지금 한국은 이 구간에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크게 올랐고, 에너지 등 수입 가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그 결과 실질소득이 생산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반도체 사이클의 성격도 달라졌다. 과거 반도체 회복은 물량 중심이었다. 이번 사이클은 가격 중심이다. AI 인프라 투자, HBM 병목, 메모리 가격 결정력 회복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같은 물량을 팔아도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구조다. 이는 매출보다 이익에 더 직접적이다. 한국 경제의 소득 개선은 내수 호황보다 수출 단가와 기업 마진 개선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GDI와 GDP의 역전은 금융시장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GDP는 경제가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보여준다. GDI는 그 생산을 통해 실제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준다. 생산은 늘어도 소득이 늘지 않으면 기업 마진은 훼손된다. 반대로 생산보다 소득이 빠르게 늘면 EPS, 현금흐름, 세수, 투자 여력이 동시에 개선된다. 금융시장은 결국 생산량보다 이익을 산다. 그래서 GDI가 GDP를 앞서는 순간은 시장이 '성장률'보다 '이익의 질'을 다시 평가하는 지점이 된다.
출처: REFINITIVE
미국의 경험도 같은 메시지를 준다. 미국에서 GDI와 GDP의 괴리는 경기 변곡점을 읽는 보조지표로 활용됐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7~2009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GDP가 버텨도 GDI가 먼저 약해졌다. 소득이 꺾이면 기업이익, 고용, 신용이 먼저 흔들렸다. 반대로 GDI가 GDP보다 강하고 증가세가 유지된 2012년에는 완만한 경기회복과 위험자산 상승이 이어졌다. 격차의 크기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2007년 미국보다 2012년 미국에 가깝다. 소득이 먼저 꺾인 것이 아니라, 생산보다 소득이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의 경고라기보다 이익 재평가의 신호다. 다만 이 개선은 소비재 전반의 호황이 아니다. 출발점은 반도체 가격, 수출 단가, 교역조건, 원화 환산 이익이다. 따라서 시장의 첫 반응은 내수보다 수출주와 이익 개선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출처: Bloomberg
원화 약세도 다르게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한 환율은 수입물가 부담과 외국인 수급 불안을 키운다. 그러나 실질소득이 함께 개선될 때 약한 환율은 수출기업 이익의 레버리지가 된다. 원화 환산 매출은 커지고,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의 마진은 더 확대된다. 문제는 환율 약세 자체가 아니다. 환율 약세가 외환위기의 신호인지, 아니면 소득 개선과 함께 나타난 저평가인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