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는 단기 대박을 좇는 시장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본주의의 우상향 시스템에 통제권을 맡긴 채 나의 일상과 시간의 자유를 지켜내는 가장 현명하고 고요한 생존 게임이다
주식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어제는 2차전지였고, 오늘은 AI이다. 내일은 또 다른 혁신 기술이나 테마가 등장할 것이다. SNS를 열어보면 누군가는 하루 만에 20%를 벌었다고 하고, 유튜브를 켜면 어떤 종목이 10배 갈 것이라는 영상이 쏟아진다. 주변 사람들은 "그거 아직 안 샀어?"라고 묻는다. 그러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진다. 혹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만 ETF를 붙들고 느리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감정 중 하나가 바로 FOMO, 즉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두려움'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ETF 투자자가 가장 많이 흔들리는 순간도 바로 이때다.
ETF 투자자는 늘 심심하다
사람들은 ETF 투자의 장점으로 분산투자, 저비용, 장기투자를 이야기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ETF의 가장 큰 특징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개별주 투자자는 매일 드라마를 본다. 실적 발표가 나오면 환호하거나 절망하고, 신제품 발표가 나오면 흥분한다. 종목 토론방에서는 하루 종일 전쟁이 벌어진다. 주가가 15% 오르면 자신이 천재가 된 것 같고, 15% 떨어지면 세상이 무너진 것 같다. 반면 ETF 투자자는 할 일이 없다.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기다린다. 특별한 뉴스도 없다. 누구를 응원할 필요도 없다. 주식 시장이 오르면 같이 오르고, 시장이 내리면 같이 내린다. 문제는 인간의 뇌가 이런 심심함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원래 남과 비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ETF 투자자도 어느 순간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도 저 종목 샀으면 수익률 두 배였는데." "왜 나는 이렇게 재미없는 투자만 하고 있지?" "이번에는 진짜 다를 것 같은데?" 바로 이때 FOMO가 시작된다.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FOMO의 덫
이 지독한 조바심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지력이 약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FOMO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수십만 년 전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아갔던 우리 조상들을 떠올려보자. 그 시절, 무리에서 뒤처지거나 다수가 선택한 방향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의미했다. 남들이 풍부한 열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갈 때 혼자 다른 곳에 남아있거나, 맹수가 나타나 모두가 도망칠 때 무리에 섞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뇌의 가장 깊은 곳, 편도체에는 '다수에서 소외되면 죽는다'는 원시 시대의 DNA가 생존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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