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의 기회를 날리지 말고 지수 분산과 월배당·현금 파킹으로 위험을 정밀하게 걷어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박곰희입니다.
어릴 때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 있습니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그분들이 실제로 무엇을 겪었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주식에 크게 데인 기억이 한 문장으로 남아 자식 세대까지 내려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말이 다시 도는 것 같습니다. 대형증권사 두 곳의 고객을 기준으로 집계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주식을 산 20대는 6월 약 25만 명에서 9월 약 11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석 달 만에 절반 넘게 떠난 겁니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었습니다.
코스피가 6월 장중 9,000선을 넘었다가 30% 가까이 급락한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떠난 이들의 계좌를 들여다보면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20~30대가 빚을 내 산 주식 잔액은 2024년 말 약 1조8,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조2,000억원으로, 1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불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같은 고위험 투자를 선호했고, 고점에서 뒤늦게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아마 이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다짐했을 겁니다. “다시는 주식 안 한다.” 그리고 20년쯤 뒤, 누군가의 아이가 같은 말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 말이 왜 세대마다 다시 태어나는지, 심리학 실험 하나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카린을 탓한 쥐
1950~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르시아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쥐에게 사카린을 탄 달달한 물을 마시게 한 뒤, 몸에 방사선을 쬐었습니다. 방사선을 맞은 쥐는 속이 메스꺼워지고 탈이 났습니다.
쥐를 아프게 한 건 방사선입니다. 사카린 물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런데 쥐는 그 뒤로 사카린 물을 피했습니다. 딱 한 번 겪었을 뿐인데, 몇 주가 지나도 입을 대지 않았습니다. 사카린 물을 마시고 몇 시간이 지난 뒤에 탈이 나게 해도 쥐는 두 사건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 실험입니다. 물을 마실 때 빛과 소리가 함께 나게 한 뒤 탈을 일으키자, 쥐는 빛도 소리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맛만 탓했습니다. 무언가를 먹고 탈이 나면 그 음식을 피하게 되는 이 현상을 ‘가르시아 효과’라고 부릅니다. 상한 음식을 한 번에 기억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동물에게는 꼭 필요한 본능이죠.
이유를 짐작해 보면 단순합니다. 방사선에는 맛도, 빛도, 냄새도 없습니다. 몸이 붙잡을 수 있는 건 마지막에 입에 넣은 것뿐입니다. 그래서 진짜 원인은 조용히 빠져나가고, 죄 없는 사카린이 범인이 됩니다.
주식은 사카린, 빚과 쏠림은 방사선
떠난 20대 투자자에게 사카린은 주식이었습니다. 방사선은 빌린 돈, 레버리지, 그리고 모두가 같은 종목을 사던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방사선은 맛이 없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달았습니다. 친구도, 동료도, 단톡방도 같은 이야기를 하던 시기에 빚을 내 레버리지 ETF를 사던 그 순간은 독이 아니라 축제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그러니 탈이 난 뒤 기억에 남는 건 ‘주식’이라는 이름 하나뿐입니다.
주식 자체는 투기판이 아닙니다. 투기는 주식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탈이 나면 사람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대상을 탓합니다. 잘되면 내 안목이고, 안 되면 주식 탓입니다. 대상을 탓하는 말은 짧고 외우기 쉬워서 세대를 건너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렇게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은 세대마다 다시 태어납니다.
‘다시는 안 한다’는 맹세가 닫는 문
“그래도 끊는 게 낫지 않나? 다시는 안 다칠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레버리지에 다시 손대지 않으면 같은 방식으로 돈을 잃을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맹세에는 반대급부가 붙습니다. 한 번 크게 데인 선택을 아예 끊어 버리면, 그 선택이 줄 수 있었던 좋은 것까지 함께 끊깁니다. 20대에게 그 좋은 것은 시간입니다.
25세부터 매달 30만원씩 40년을 모은다고 해보겠습니다. 원금은 1억4,400만원입니다. 이 돈을 연 7%로 굴리면 65세에 약 7억5,000만원이 됩니다. 주식을 끊고 이자가 거의 없는 곳에만 두었다면 원금 근처에 머물렀을 돈입니다. 레버리지를 끊는 건 현명한 일이지만, 주식을 끊는 건 사카린을 끊는 일입니다. 게다가 주식을 끊는다고 방사선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빚과 쏠림은 다음에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또 다른 맛을 하고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사카린을 다시 먹지 않는 쥐는 사카린에 죄가 없었다는 걸 영영 알지 못합니다. 한 번의 불운이 평생의 결론이 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사카린은 마시되, 방사선은 피하는 법
그렇다고 무서운 마음에 현금만 쥐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현금에는 물가라는, 맛도 냄새도 없는 또 다른 방사선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래를 맞힐 수 없는 우리는 빚 없이, 한 종목이나 한 테마에 몰지 않고, 주식과 채권 등 여러 자산을 섞은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합니다. 한 자산이 무너져도 다른 자산이 받쳐주니 하락장에서 빠지는 폭이 얕아지고, 덜 무서우니 바닥에서 팔고 떠날 일도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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